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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마음 챙김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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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와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에린 핸슨-

(시인 소개: 호주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열아홉 살 때 블로그에 e.h.라는 필명으로 짧은 시들을 발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언더그라운드 시집>이라는 제목의 시집 3권을 출간했다.) 

 

해안도로의 저녁 풍경, 하늘 위 비행기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와 삶에 대한 성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손 대신 시를 건네는 것은 어떤가. 

 

시는 삶의 모습과 우리 자신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는 우리 안의 불을 일깨운다. 

자신이 마른 지푸라기처럼 느껴질지라도

그럴수록 불이 더 잘 붙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시는 우리가 사람에 대해서든 세상에 대해서든

처음 사랑을 느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자신이든 세상이든 본질적으로 불완전할지라도.

 

시인은 성공과 실패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하는가 사랑하지 않는가를 묻는다. 

사실 그게 전부 아닌가.

 

'나'에 진실하기가 왜 그렇게도 어려운 걸까?

그토록 단순한 일인데 말이다. 

그것은 은유도 추상도 아니며,

그 밖의 모든 행위는 엇나가는 길인데도.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중에서.

 

 

가끔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마도 내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딸과 함께 바닷가 근처 카페에 가서 

달콤한 케이크와 따뜻하고 향기로운 카모마일 티를 마시며

시를 읽어본다.

 

여름은 이렇게 하루가 길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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