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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의 갱년기 셀프케어와 일본 로컬 라이프

버릴 것은 하나도 없었다

토요일 아침

일주일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아직 딸은 자고 있고,
창밖에서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많이도 살아왔구나."

젊은 시절의 나는 늘 앞만 보고 달렸다.

좋은 아내가 되고 싶었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싶었다.

사랑도 많이 했다.

그래서 많이 웃었고,
또 많이 울었다.

그때는 몰랐다.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이 시간들이
언젠가 나를 만드는 재료가 될 거라는 것을.

(비오는날 도톰보리)

인생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제주에서 살았고,
아이를 키웠고,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갔고,
또다시 일본으로 건너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어떤 날은 행복했고,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서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좋은 일만 나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상처도,
실수도,
눈물도,
외로움도.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이었음을.

 

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왜 그랬을까?"

보다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라고 말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로마테라피 교실에서 만든 클렌징크림)


요즘 나는 아로마테라피를 배우고 있다

향을 배우면서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좋은 향은 단순히 좋은 재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숙성이 필요하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를 만나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은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까?"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향수 냄새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삶에서 배어 나오는 향기.

예전에 철학자 강신주의 "인향"이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사람 향기.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내 곁에 왔을 때

무언가를 배우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사람.

(일본의 세계유산 '천공의 마을' 에서)


언젠가 작은 시골집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당에는 허브가 자라고,

나무 그늘 아래 작은 테이블 하나 놓여 있고,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있는 곳.

그곳에서 아로마 수업도 하고,

삶의 이야기도 나누고,

그냥 가만히 앉아 바람 소리를 들어도 좋은 공간.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으면 좋겠다.

사람향기
香と人

 

그리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인사하고 싶다.

 

"잘 오셨어요.
오늘은 잠시 이곳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편히 쉬고 가세요."

(천공의 마을에서 만난 개울 꽃)


꿈이 이루어질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나는 지금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에스테 일을 하며 사람을 배우고,

아로마를 배우며 향을 배우고,

글을 쓰며 나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조용히 감사해 보기로 한다.

지나온 시간들에게.

나를 울렸던 사람들에게.

나를 성장시킨 경험들에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부드러운 바람이 나의 볼을 스칠 때,

그 바람이 지나던 풀내음이 내 코끝을 자극할 때,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