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랑 같이 차를 마시다가 문득 일본에 차(茶)가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으며, 누가 어떻게 마시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졌다.
찾았다. https://kosanji.com/ 더운데 시원한 곳에 가서 차 한잔 하고 올까?
조용한 산자락에 자리 잡은 교토의 고잔지(高山寺).
차분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가라앉는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흙 냄새가 은근하게 어우러져 사찰에 들어서기도 전에 속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번 여행은 ‘차(茶)의 역사’를 따라 떠난 작은 발걸음이었다.
사실, 어렵고 복잡한 역사를 배우겠다는 의지는 없었다.
그냥 걷고, 보고,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고잔지는 일본 차 문화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이다.
승려 묘에이(明恵)가 이곳에서 직접 차를 재배하며 수행에 활용했고, 이는 훗날 일본 차 문화의 근간이 되었다.
차가 단순한 음료가 아닌 수행과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인상 깊었다.
사찰 안쪽으로 들어서니, 오래된 삼나무와 조용하지만 정갈한 참배길, 잘 정돈된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 말 없이 걸어도 좋았다.
마치 시간의 속도가 느려지는 기분.
그곳에서 함께 간 친구와 마주 앉아 차 한 잔을 나눴다.
말이 필요 없었다.
따뜻한 찻잔을 손에 들고 조용히 바라보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마치 그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고즈넉한 사찰의 기운 때문일까, 마음 깊은 곳까지 맑아졌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鳥獣戯画)’라 불리는 두루마리 그림이다.
토끼가 활쏘기를 하고, 원숭이가 승려처럼 걷는 모습이 그려진 이 유쾌한 풍자화는
어쩌면 고잔지의 또 다른 얼굴인지도 모른다.
장엄함 속의 유머랄까.
에이사이( 栄西)가 송나라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가지고 온 차의 씨앗을 묘에쇼닌( 明恵上人)이 이곳 고잔지( 高山寺 )에서 키운 것이 일본 최초의 차밭( 茶園 )이 되었다고 한다. 수행 중인 승려들은 이 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정화시켰던 것이다.
사찰을 나오며 들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그냥 다녀와서 참 좋았다.”
굳이 많은 설명이나 이유를 붙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마음에 남는 그런 장소.
고잔지는 그런 곳이다.